
어제, 평소 우려하던 일이 일어나버렸다. 언제인가는 잃어버릴 것 같았던 휴대전화용 스타일러스 펜을 분실한 것이었다. 타이밍도 참 절묘하게, 공연 시작 10분을 남겨두고 좌석에 앉자마자 그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스타일러스 펜을 사용한 지점부터 공연장 좌석에 이르는 길까지 10여 분 동안 샅샅이 찾아봤지만 끝내 스타일러스 펜은 찾을 수 없었다. 얼마나 열심히 찾았던지, 그 모습을 보던 안내 직원이 공연 시간 동안 자기가 공연장 주변을 찾아보겠다고 말해 줄 정도였다.
연주자들이 하나 둘 무대로 나와 악기를 조율하고 있을 때, 함께 갔던 애인은 스타일러스 펜의 가격을 묻더니, 이렇게 말을 건네 주었다. ‘오빠, 그럼 그 펜보다 이 공연이 더 비싼 거니까, 우리 이 공연에 더 집중했으면 좋겠다.’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을 때, 그것을 해결할 때까지 집중하는 내 성격을 걱정해서 해 준 애인의 이 말 덕분에 난 다행히 스타일러스 펜을 잊고 공연에 집중할 수 있었다.
공연은 훌륭했다. 비올레타역을 맡았던 마리나 포플라프스카야(Marina Poplavskaya)의 노래는 공연 내내 너무나도 인상적이었으며, 정명훈이 이끌었던 서울시향 또한 밀도 있고 균형잡힌 연주를 들려주었다. 정말로 오랜만에 맛보는 군더더기 없이 맛깔스러운 공연이었다. 하지만, 어제의 공연은 이 모든 것과 바꿀 수 없는 더 소중한 행복을 나에게 선사해 주었다. 그 행복은 눈에 보이는 작은 것에 정신을 쏟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더 큰 것의 가치를 선택하게 해 주었던 애인의 지혜로운 말과 바로 그런 지혜를 지닌 여인이 내 곁에 있다는 것에서부터 오는 것이었다.
지혜의 가치를 집중적으로 논하는 성서의 잠언(箴言)을 읽다 보면 흥미로운 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지혜’가 모두 여성으로 의인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신은 여자를 남자보다 조금 더 지혜롭게 창조하셨을지도 모른다.
'지혜를 찾는 사람은 복이 있고, 명철을 얻는 사람은 복이 있다. 참으로 지혜를 얻는 것이 은을 얻는 것보다 낫고, 황금을 얻는 것보다 더 유익하다. 지혜는 진주보다 더 값지고, 네가 갖고 싶어하는 그 어떤 것도 이것과 비교할 수 없다. (표준새번역)
Blessed is the man who finds wisdom, the man who gains understanding, for she is more profitable than silver and yields better returns than gold. She is more precious than rubies; nothing you desire can compare with her. (N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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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일거야. 그것도 하나님이 주신 큰 선물이겠지.
그런 상대를 찾는다는 건 확률적으로 매우 어려운 사건이므로, 네 말처럼 하나님의 선물임도 분명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