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1.5g의 커피가루, 섭씨 90±5도의 물, 9±2기압의 추출 압력, 30±5초의 추출 시간' --- 일리카페(illycaffè)의 회장 안드레아 일리가 편집인으로 참여한 『Espresso Coffee: The Chemistry of Quality』에 나와 있는 온전한 에스프레소의 추출 조건이다. 안드레아 일리는 이러한 기본 조건을 바탕으로 무려 60가지 변수가 최적화되어야지만 한 잔의 완벽한 에스프레소가 나온다고 강조한다.
빨간색 일리 로고가 새겨진 일리 이씨모(illy issimo). 그 유혹적인 일리 로고는 비록 캔커피이지만 일리카페의 완벽한 에스프레소가 들어가 있을 법한 환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어젯밤 동네 슈퍼에서 일리 이씨모 카푸치노를 발견했던 난, 시중에서 파는 캔커피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분명히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고, 급기야 생수로 입안을 헹구는 성스러운 의식을 거친 다음 조심스레 캔을 따서 마시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0mL의 커피를 다 마셔 갈 때까지 다른 캔커피들과는 특별하게 다른 무엇인가를 찾아내기 어려웠다. 다른 캔커피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작위적인 단맛의 비율이 낮아 텁텁한 뒷맛이 적다는 정도의 차이점만 간신히 찾아냈을 뿐이었다.
하긴, 알드레아 일리도 최상의 에스프레소를 마실 수 있는 곳이 수동 지렛대로 압력을 가하는 방식을 고수하는 이탈리아 나폴리라고 했지 않는가.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도 아닌, 사람이 일일이 압력을 가하는 레버레지(leverage)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뽑은 에스프레소가 최고라고 하는데, 코카콜라 공장에서 자동 기계가 대량 생산해 내는 에스프레소는 천하의 일리라고 해도 그 고유의 맛을 담기 어려울 것이다.
자, 그럼, 왜 1,500원이나 주고 200mL짜리 일리 캔커피를 마셔야 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마시는 것은 커피가 아니라, 일리의 라벨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올드 크로우(Old Crow)를 맛보게 하고 그것이 올드 크로우라고 말하라. 그런 다음 그들에게 올드 크로우를 한 번 더 주고, 이번에는 그것이 잭 대니엘스(Jack Daniel's)라고 말하라. 그들에게 어떤 것이 맛이 좋으냐고 물어보라. 그들은 두 가지가 완전히 다른 술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들은 이미지를 맛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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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 감사드립니다.
이씨모 카페 에스프레소는 괜찮다고 하니, 조만간 보이면 얼른 구입해서 마셔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첫 댓글, 감사드립니다.
저는 아직 이 커피를 맛보지 못했는데 만약 맛보게 된다면 누군가
'다방커피'라고 속여줬으면 좋겠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