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rik's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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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7월 02일
장보기의 기술

쇼핑 카트를 얼마나 능수능란하게 다루는가도 전체 쇼핑 소요 시간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이다. © 2009 ibrik


먼저 가고자 하는 마트의 내부 구조를 익숙하게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쇼핑 리스트. 쇼핑리스트가 명확하면 명확할수록 좋다. 사야 할 물품들의 목록을 될 수 있으면 비슷한 군(群)끼리 모아서 작성하는 것도 리스트 작성의 지혜다. 마트의 내부 구조를 익숙하게 알고 있고, 사야 할 물품들 목록을 구체적으로 갖고 있다면, 효율적인 쇼핑 동선을 짜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경로 설계를 마쳤다면 이제 직접 카트를 밀고 쇼핑을 할 차례다. 쇼핑 리스트를 모두 외울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대개 불가능한 경우가 많으므로 카트를 잡은 손 한쪽에 쇼핑 리스트를 쥐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쇼핑 리스트를 확인하면서 내가 가야 할 다음 코너를 수시로 상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마트 내에서 코너링할 때, 쇼핑 카트의 회전 반경을 최소화시키는 것은 사소하지만, 핵심적인 기술 중 하나이다. 회전 반경이 최소화될수록 소요 시간은 단축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계획과 실제 상황은 종종 다를 수 있다. 특정 코너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있다면, 쇼핑 동선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몰려 있는 사람들을 사이에 서서 살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보다 다른 코너를 이용하고 오는 시간이 더 짧다고 판단된다면, 바로 경로 수정을 해야 한다. 이때, 한 손에 늘 쥐어져 있는 쇼핑 리스트는 새로운 경로 설계를 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사고자 하는 물건이 없을 때도 있다. 이때는 브랜드와 단위 포장당 가격 등을 다차원적으로 고려하여 신속하게 대체재를 찾아 쇼핑 카트에 넣는 기지가 필요하다. 평소 자주 구입하는 제품에 대한 정보를 민감하게 대하는 편이라면 이러한 예외 상황에서 당황치 않고 적절한 대체품을 선택할 수 있다. 물론, 제품을 집어들고 순간적으로 제조일자나 유통기간 등을 확인하는 센스는 말이 필요 없는 필수적인 덕목이다.

마트 쇼핑의 최후 관문은 계산대이다. 대기 인원이 얼마나 있는지, 계산원의 계산 과정이 얼마나 신속 정확한지에 따라 쇼핑 소요 시간이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계산대로 가는 도중 전체 계산대를 순간적으로 훑어보아, 손놀림이 빠른 계산원을 찾아내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계산원의 손놀림 속도와 대기 인원 간의 상관관계를 고려, 최저 시간이 예측되는 계산대를 찾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계산대에 쇼핑한 물품들을 올려놓을 때도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장바구니나 쇼핑 봉투에 담을 물품들을 역순으로 계산대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이렇게 할 때, 계산 완료된 물품들을 담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 계산원이 바코드 스캔을 마친 후 물품을 건네주는 순서 그대로 담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장바구니나 쇼핑 봉투에 물건 담는 것에 심취한 나머지, 신용카드나 돈을 건네주는 과정에서 시간을 지체하면 안 된다. 계산원이 계산을 마친 뒤 신속하게 지급할 수 있도록 신용카드나 현금을 미리 꺼내놓는 준비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상의 과정을 거치면, 신속하고 정확한 마트 쇼핑을 해 낼 수 있다. 어젯밤, 폐점을 30분 앞둔 마트에 들어가 두 개 층에 걸쳐 다양한 코너에 진열된 여덟 가지 품목을 쇼핑하는데 걸린 시간은 총 9분이었다.



+ 함께 읽을 만한 책: 프레데리크 페르넹,『쇼핑의 철학』, 백선희 옮김, 개마고원, 2007.

by ibrik | 2009/07/02 18:52 | diary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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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JK at 2009/07/02 23:39
시식의 즐거움은 언급이 안되있네. 흙...
Commented by ibrik at 2009/07/03 13:33
폐점 30분을 남겨 놓은 마트에서는 시식 행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지. :)
Commented by hschoi at 2009/07/03 12:47
신속하게 마치는 것만이 쇼핑의 미덕은 아니지요. =)
필요할 때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천천히 시식과 새로운 물건들의 가격/포장정책 등을 음미하며 둘러보는 것도,
마트 쇼핑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
Commented by ibrik at 2009/07/03 14:03
'폐점 30분을 남겨 둔 광활한 마트'에서 유유자적 음미하며 쇼핑하는 것은 초고수의 기술!
아, 네 집들이를 할 때 천천히 시식과 상품들을 음미하는 장보기를 같이 하는 것도 재밌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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