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rik's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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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정문과 본관을 오가는 전동 셔틀카. 적어도 오늘만큼은 구원열차와 다름없었다. © 2009 ibrik


존재(存在)의 소중함을 느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부재(不在)를 경험하는 것이다. 부재의 대상이 평소 익숙한 것일수록, 부재의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것일수록 그 효과는 극명해진다. 어제, 왼쪽 엄지발가락에 한 간단한 수술 때문에 오늘은 거의 엄지발가락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준(準)부재의 수준을 경험한 것이다.

걸음을 걸을 때 엄지발가락은 체중을 한쪽 발에서 다른 쪽 발로 옮겨주는 지렛대 역할을 한다. 따라서 한쪽 지렛대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보행은 자연스레 부자연스러운 걸음걸이로 이어지고 부가적인 에너지 소모를 유발한다. 덕분에 오늘, 걸음을 내 디딜 때마다 본의 아니게 뒤뚱거렸으며(애인은 이 모습을 ‘귀엽다’라는 말로 압축해서 표현했다.) 평소보다 더 많은 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부재의 상황을 메우거나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는 경험은, 도움의 대상에 대한 호의나 애착을 갖게 한다. 수술한 부위를 치료받고자 병원 정문에 들어서는 순간, 다른 때와 달리 아득하게 멀리 서 있게만 느껴지는 본관 건물은 묘한 좌절감에 휩싸이게 했다. 심호흡하고 걸음을 떼려는 찰나, 부드럽게 유턴하여 내 앞에 들어오는 구세주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전동 셔틀카였다.

평소 걸음으로는 채 2~3분도 되지 않는 병원 정문과 본관 사이를 오가는 셔틀카인지라 볼 때마다 그 효용성을 의심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오늘은 그 셔틀카를 구세주로 모시는 역전이 일어났다.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웃음을 가득 짓고는, 마치 천국에 가는 구원열차를 탄 듯 만족스럽게 전동 셔틀카를 타고 성공적으로 본관까지 갔음은 물론이다.

왠지 오버스러운 서비스가 아닐까 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던 전동 셔틀카에 대한 다소 부정적 시각은 불과 1분가량의 경험을 통해 호의와 애정 가득한 시선으로 바뀌었다. 나의 부재 상황에 극적인 도움을 준 대상이기에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늘, 급기야 애인에게 이런 말을 건넴으로써 전동 셔틀카에 대한 강한 호의와 애정을 드러내고 말았다.

“그런데 있잖아. 그 전동 셔틀카를 도입하자고 처음에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있었을 거 아니야. 그 사람에게 상이라도 주고 싶어.”


 


by ibrik | 2009/07/10 23:36 | diary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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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JK at 2009/07/11 17:44
난 근데, 저 어린이병원생각하면 넘 웃긴다 누가 과연 저런 이름을 지었을까.
Commented by ibrik at 2009/07/11 21:49
'어린이병원'이라는 명칭을 누가 처음 건의했는지는 모르지만, 어린이병원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아래의 글을 참고하면 될 듯싶다. :)

http://sev.iseverance.com/children/contents.asp?cat_no=21431
Commented by hschoi at 2009/07/12 22:30
아.. 병원쪽으로는 가기도 싫어요. @.@;;
Commented by ibrik at 2009/07/12 23:51
아프면 병원가야지. :)
Commented by FineApple at 2009/07/13 09:36
세브란스인가요? 서비스의 전환이로군요. ^^b
Commented by ibrik at 2009/07/14 00:19
말씀처럼 신촌 세브란스 병원입니다. 이날 전공 셔틀카를 타고 정말 많은 감동을 했습니다. 제가 발이 아파 불편한 경험을 해 보지 못했다면 결코 누릴 수 없는 감동이었습니다. :)
첫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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