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rik's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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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기다리던 중 찍은 우산. 오늘은 우산을 쓴 의미가 무색할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렸다.  © 2009 ibrik


노련한 예보관 5명이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는다.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인 각종 자료를 충분한 시간 동안 검토한다. 이윽고 예보관 중 한 명이 진중(鎭重)한 목소리로 입을 뗀다. “자, 내일 비가 올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조용히 손을 들어 표해주시기 바랍니다.” 3명의 예보관이 손을 든다. 내일 강수확률은 60%로 확정된다.

예보 정확도를 더 높이고자 한다면 예보관 수를 10명으로 늘리면 된다. 역시 기상예보용 각종 자료를 분석하는 시간을 충분히 주고, 거수로 결정한다. “내일 비가 올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신중하게 손을 들어 표해주시기 바랍니다.” 4명이 손을 든다. 내일 강수확률은 40%로 확정된다. 물론 이보다 더 정밀하게 확률을 예측하는 방법이 있다. 한 손을 들어 표하는 것이 아니라 두 손을 들어 표하는 시스템을 택하면 된다. 즉, 10명의 예보관 중 예보관 4명은 두 손을 들고, 예보관 1명이 한 손을 들었다면 강수확률은 45%가 되는 것이다.

예보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면 당연히 예보 정확도는 올라간다. 하지만, 이 방법의 선택은 심각히 고려해 봐야 한다. 우선, 10명에 비해 인건비가 월등하게 증가하기 때문이다---는 대외적 이유이고 실질적 이유는 따로 있다. 100명이 거수로 표를 할 때, 일일이 그것을 새기가 10명에 비해 훨씬 귀찮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두 손 든 사람도 있을 테고, 한 손 든 사람도 있을 테고, 100명의 예보관이 모여 있는 장소에서 그걸 일일이 다 센다면 얼마나 힘들겠는가. 세는 사람도 힘들지만, 다 셀 때까지 손을 들고 있어야 하는 예보관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 특히 소신껏 두 손을 든 예보관은 뜻하지 않게 벌서는 형국이 되어버린다.





위의 글은 오늘, 우산을 썼지만 오는 비는 다 맞으면서 들었던 엉뚱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예보역량 요소별 중요도를 연구한 결과,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수치모델 계산이 40%, 관측역량이 32%, 예보관 역량이 28% 정도라고 한다. 다시 말해 슈퍼컴퓨터의 계산결과가 기상예보의 모든 것이 아니라 예보관의 경험과 지식으로부터 나오는 판단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 더 읽을 만한 글: 유덕영, 「날씨예보, 슈퍼컴퓨터 역할은 40% 정도」, 『동아일보』, 인터넷판 2008년 8월 4일 자.


by ibrik | 2009/07/14 23:08 | diary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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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hschoi at 2009/07/15 09:09
역시 어제같은 날은 일찍 출근해서 늦게 퇴근하는게 최고! -.-;
비 안올때 출근해서 비 안올때 집에 들어갔네요. @.@;;;;
Commented by ibrik at 2009/07/16 09:16
정말 이 날같이 비가 오는 날에는 밖에 나가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대비책이었을 듯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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