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rik's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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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저녁을 기쁘게 해 주었던 요리. 맛난 음식과 그에 어울리는 그릇의 조화는 미각과 시각을 동시에 만족하게 해주었다. © 2009 ibrik


조금만 솔직해진다면, 우리가 평생에 걸쳐 지속적으로 고민하는 문제가 의외로 단순한 것임을 깨달을 수 있다. 바로 ‘무엇을 먹느냐’의 문제이다. 난해한 문장이 가득 적힌 철학책을 놓고 고민하는 모습이 아닌, 식당의 메뉴판을 앞에 두고 고민하는 모습이 인간이란 존재를 더 본질에 가깝게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프랑스의 미식가였던 브리야 사바랭(Jean-Anthelme Brillat-Savarin)에게도, 독일의 유물론 철학자이자 종교철학자였던 포이허바흐(Ludwig Andreas von Feuerbach)에게도 동일한 깨달음이었다. 두 사람은 각각 이런 말을 남겼다. ‘당신이 먹은 것이 무엇인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인간은 그가 먹는 그것이다(Man is what he eats)’.

구약 성서의 창세기를 읽다 보면, 바로 첫 장에서 인간은 무엇인가를 먹는 존재로서 운명지어졌음을 발견하게 된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명령하시고 나서 곧바로 온 세상을 먹을거리로 채워주신다. 20세기의 탁월한 예전(禮典)학자인 슈메만(Alexander Schmeman)의 표현처럼 ‘인간은 세상을 자신의 몸속에 받아들여 그것을 자기 자신으로, 자신의 살과 피로 변모시켜야 하는 존재’인 것이다.

인간 존재를 설명할 수 있는 ‘먹는 행위’가 이처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면, 이를 ‘기쁨을 누리는 행위’로 연결하려는 것은 인간에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욕구일 것이다. 그렇기에 맛있는 음식을 먹는 행위 자체가 인간에 기쁨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인간이 기쁨을 얻고자 하는 욕구는 여기서 멈춰지지 않았다. 인간은 그 기쁨을 더욱 증폭시키는 방법을 찾아냈는데, 그것이 바로 ‘공동 식사’이다.

함께 음식을 먹는 행위는 개인적 우의나 집단의식을 갖게 하는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방법이다. 때로는 식사를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개인 간의 친밀한 정도를 표현할 수도 있고, 누구와 음식을 함께 먹었느냐가 그 사람의 사회적 위치를 설명할 수도 있다. 이러한 공동 식사가 공적 공간이 아닌 사적 공간에서 이루어질수록 그 효과는 증폭된다. 예로부터 함께 음식 먹기를 거부하는 행위는 곧 개인적 혹은 집단적 분노의 표시이자 친교 파기를 의미하기도 했다. 음식을 나눠 먹는 행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관계를 눈에 보이는 물질, 즉 음식을 매개로 표현하는 기발한 방법인 것이다.

비가 내려 다소 차분했던 주말인 어제, 이제 새롭게 가정을 꾸려나가기 시작한 부부의 초대로 아기자기하게 꾸민 신혼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대접받았다. 대접할 음식을 정하고, 준비하는 귀한 손길도 감사했지만, 함께 음식을 나누며 보내는 시간을 통해서 공동 식사의 의미를 다시 한번 정리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준 것도 참으로 감사했다. ‘식사의 쾌락은 다른 모든 쾌락이 사라지고 난 후에도 마지막까지 남아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 브리야 사바랭의 말이다.



 

+ 함께 읽을 만한 책: 장 앙텔므 브리야 사바랭,『브리야 사바랭의 미식 예찬 』, 홍서연 옮김, 르네상스, 2004.

by ibrik | 2009/07/19 11:33 | diary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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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larinari at 2009/07/20 00:06
저는 바로 조금 전까지 저희 집에서 공동식사를 위해서 분주했던 1人입죠.^^
식사준비를 하는 장본인이 자신의 노고를 위한 의미부여로 위와 같은 묵상을 하기는 쉬우나,
그 식탁에 초대된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통찰이라고 여겨지네요.

공동식사를 위해서는 반드시 누군가가 피곤한 몸을 일으켜 세워 식사준비를 해야한다는 것,
넉넉하지 않은 재정이 식사를 위해저 쪼개야 한다는 것... 등등...
차마 말로 다하기 구차한 거시기한 것들이 있지요.
어쩌면 우리가 산다는 건, 그리고 우리의 일상을 영원에 잇댄다는 것은 이런 것이겠지요.

이브룩님의 감사가 오늘 제 식탁에 함께 했던 이들의 감사처럼 풍성하게 저의 주방을 감싸네요.^^
출처:공동 식사의 숨겨진 의미에 대하여
Commented by ibrik at 2009/07/20 23:58
누군가를 초대해서 음식을 대접할 때, 준비하는 과정 과정마다 숨어 있는 고민과 갈등 그리고 선택의 순간들이 있다는 것을 깊이 공감합니다. 그러한 과정들이 준비하는 음식 가운데 녹아들어 더 맛나고 즐거운 식사 시간을 만들어주는 듯합니다. :)
첫 댓글,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hschoi at 2009/07/20 13:30
사진을 통해 보는 식탁은 더욱 만족스럽네요. =)

사실 그날 굿바이 프레즌트(?)가 있었으나 시간에 쫓겨 부랴부랴 마중하느라
깜빡 했었답니다. @.@;
추후에 전달해드릴 기회가 있으면 전달하도록 하지요. =)

선물은 아직 제 위치를 잘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떠돌고 있답니다. =(
Commented by ibrik at 2009/07/21 00:00
사실 그날, 네가 예전에 해 주었던 이야기 때문에 큰 기대를 안 하고 갔었는데 너무나도 맛나고 좋은 음식들로 귀한 대접을 받아서 참 고마웠단다. 다시 한번 음식을 준비하느라고 고생한 네 부인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해주길! :)

그런데 아직 제 위치를 찾지 못한 선물은 둘 중 어느 것일까? 얼른 제 위치를 찾아주길!
Commented by 카비젤 at 2009/07/28 23:31
흠...분위기 있는 흑백사진이 이 블로그 컨셉인줄 알았는데, 예외도 있군요. 역시 식욕을 돋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Commented by ibrik at 2009/07/30 01:15
색은 음식을 표현할 때 정말 중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흑백 대신 컬러 사진을 택했답니다. :)
첫 댓글,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Read&Lead at 2009/08/01 07:33
글이 너무 좋아서 제 트위터에 올리고 말았습니다. 귀한 글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
http://twitter.com/ReadLead/status/3059666533
Commented by ibrik at 2009/08/01 09:00
누군가에게 트위터를 통해 인용되는 것은 처음인 듯합니다. ReadLead님이 올리시는 글들, 정말 유익하게 잘 읽고 있습니다. :)
인용과 첫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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