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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7월 25일
묘한 조화

강남역 근처의 한 건축물. 잿빛 하늘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건축물이었다. © 2009 ibrik


신이 자연을 만들어 환경을 조성했다면, 인간은 건축물을 만들어 환경을 구성했다. 본디 자연에서 살던 인간은 스스로 만든 인공물이 갖는 이질감을 극복하려고 노력해왔다. 두 환경의 이질감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건축물과 자연을 최대한 조화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건축물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오늘, 모처럼 오랜만에 뵙는 반가운 분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자연과 묘한 조화를 이루는 건축물을 새삼스레 눈여겨보았다. 이 건축물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느낀 까닭은 구름이 잔뜩 끼어 있던 잿빛 하늘과 너무나도 자연스레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이었다. 건축물이 우리를 보호해 주는 것과 건축물이 우리에게 말 걸어주기를 바라는 것 --- 존 러스킨(John Ruskin)은 이 두 가지를 건축물을 향한 우리의 기대라고 주장했다. 잿빛 하늘과 묘한 조화를 이룬 이 건축물은 우리를 보호해 줄 수는 있을지언정, 아무리 살펴보아도 우리에게 말을 걸어줄 것 같지는 않았다.

“질서정연하고 비례감이 있으며 리듬이 있고 구조화된 건축은 아름다울지는 모르나, 차갑고 멈춰져 있고 생기가 없다”. 프랑스 건축가 앙드레 보겐스키(André Wogenscky)의 말이다.



+ 함께 읽을 만한 책: 메튜 프레더릭,『건축학교에서 배운 101가지   』, 장택수 옮김, 동녘, 2008.



약속 시간이 약간 남아 한동안 서서 이 건물을 찍기도 하고 감상하기도 했는데, 올려다보던 고개를 내리고 다시 걸어가려고 하던 찰나, 웃지 못할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 주변을 가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들고 위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멀쩡한 남자 한 명이 한참이나 고개를 든 채 사진을 찍고 열심히 올려다보는 것을 보니, 무엇인가 이상한 일이라도 벌어진 지 알고 덩달아 올려다본 것이 아닐까 싶다. 괜한 수고를 하신 그분들께 참 죄송한 마음이 든다. 특히 허공에 손가락까지 가리키며 무엇인가를 찾고 있던 한 쌍의 연인에게는 더더욱.

by ibrik | 2009/07/25 23:53 | diary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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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쉐아르 at 2009/07/26 00:30
제 블로그에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깔끔한 사진이 참 인상적이네요. 저도 사진을 좋아해서 말씀하신 그런 일 여러번 겪었습니다. 제 나름대로 인상적인 장면을 발견해 열심히 사진을 찍다보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무슨 일 있나 열심히 제가 보고 있던 곳을 보는 경험이요 ^^
Commented by ibrik at 2009/07/27 11:18
쉐아르님, 방문해 주시고 좋은 말씀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쳐가는 일상의 순간을 의미 있는 순간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 사진찍기가 주는 큰 기쁨인 듯합니다. :)
첫 댓글도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루아 at 2009/07/26 03:46
그런 걸 트렌드 리더라고 하죠 ;)
Commented by ibrik at 2009/07/27 11:19
긴 문장을 한 단어로 명쾌하게 압축해 주셨네요. :)
Commented at 2009/07/26 18:4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ibrik at 2009/07/27 11:34
디자인 분야에서는 그런 추세가 형성되고 있군요! :)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부탁하신 내용은 말씀하신 곳에 남겨 드렸습니다.)
Commented by seraphina at 2009/07/26 23:28
색감이 참 이쁜것 같아요~
그래서 건물이 더더욱 돋보이는 것 같아요~
Commented by ibrik at 2009/07/27 11:21
색이 주는 느낌을 맛볼 수 있는 건 컬러사진이 주는 즐거움인 듯합니다. :)
첫 댓글,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mark at 2009/07/28 17:27
삼성타운이군요. 이런 비지니스 그룹 컴플렉스 타운은 랜드마크로써도 그렇고 도시의 미관으로도 좋은 것 같네요.
Commented by ibrik at 2009/07/28 23:38
네, 맞습니다. 강남역 근처에 자리 잡은 삼성타운입니다. 이제는 근방 어디서든 알아볼 수 있는 랜드마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 내는 듯합니다.
Commented by 전창묵 at 2009/07/29 00:22
어째서 D700으로 찍은 사진보다, 휴대폰으로 찍은 이 사진이 더 멋진 것입니까???
Commented by ibrik at 2009/07/30 01:16
아흑, 창묵님, 무슨 말씀을 ㅠ.ㅠ
전 그날 D700을 보고 완전히 마음에 꽂혔습니다. 너무 맘에 들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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