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고에서 메시지를 드러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있다. 명시적인 방법과 암시적인 방법이다. 보통 명시적인 방법은 언어를 통해 직접적으로, 암시적인 방법은 이미지를 통해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물론 필요에 따라 언어와 이미지를 적절한 비율로 섞어서 사용할 수도 있다.
말하지 않고 보이는 것만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광고의 경우, 수용자가 직접 광고 해석 작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순기능을 제공한다. 즉 명시적인 텍스트가 없는 광고를 보는 과정에서 수용자는 그 광고를 어떻게 읽을까 고민하게 되고, 이러한 이미지 독해 과정을 통해 광고는 점점 수용자의 신경계 속으로 파고들게 된다.
물론, 언어적인 텍스트가 배제된 채 시각적 은유만으로 구성된 광고는 수용자의 해석 능력에 따라 의도한 메시지의 폭과 깊이가 결정된다는 태생적 한계를 가진다. 극단적인 경우, 광고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단 하나도 파악 못 하는 사태도 일어날 수 있다. 광고의 커뮤니케이션 기술에 대해 연구했던 캐플란(Stuart Kaplan)은 대중 잡지에 사용된 시각적 은유 광고의 24%가량이 언어적인 텍스트가 포함되어야지만 비로소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환승을 하려고 지하철 9호선 노량진역 개찰구를 지날 때마다 보게 되는 ‘현대캐피탈’의 한 옥외광고도 시각적 은유만으로 구성된 광고였다. 커다란 하얀 배경 양쪽 모서리에 ‘Hyundai Capital’ 로고와 기아자동차의 ’쏘울‘을 병치시켜놓은 이 광고는, 솔직하게 고백하건데 처음 본 순간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명쾌하게 이해할 수 없었다. 넓은 공간 속 한쪽 구석에 놓인 쏘울을 보고 연상된 것이라곤 “Think Small"이란 문구로 유명한 폭스바겐 비틀(Beetle) 광고가 유일했고, 이는 이 광고의 메시지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마치 숙제와 같았던 이 광고가 이해된 순간은 바로 어제였다. 역시 같은 역사 내에 있던 현대캐피탈의 또 다른 광고가 결정적 힌트였다. 이 광고 역시 앞의 광고와 같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그림 하나만이 틀릴 뿐이었다.

달라진 것은 ‘자동차’에서 ‘집’으로 그림이 바뀐 것이었다. 그러나 이 또 다른 광고를 보는 순간, ‘집’과 한쪽 구석에 있는 ‘Hyundai Capital’ 로고 사이의 시각적 인과 관계를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Hyundai Capital에서 ‘대출’을 받아 당신은 ‘집’을 살 수 있다.”라는 것이 광고 속에 내포된 메시지였다. 이러한 시각적 인과 관계를 그대로 앞서 보았던 첫 번째 광고에 적용했더니, 애매모호했던 메시지가 명확하게 풀리기 시작했다. 앞의 광고는 바로 현대캐피탈의 오토플랜(Autoplan; 현대캐피탈의 자동차 할부 프로그램의 상품명)과 자동차 리스 프로그램에 대한 광고였던 것이다.
한동안 고민케 했던 광고의 암호를 풀고 나니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하필이면 왜 ‘쏘울’의 이미지를 사용했을까, 좀 더 고급 모델이나 수입 차량을 그 자리에 놓았다면 금방 자동차 관련 금융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었다. 새뮤얼 존슨(Samuel Johnson)의 말처럼 광고란 ‘약속이되, 과장된 약속’이므로 이왕이면 고급 수입차와 현대캐피탈을 연관시켜놓는 것이 더 확실한 광고 효과와 함께 이를 빠르게 해석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이러한 아쉬움이 있지만, 현대캐피탈의 이 광고는 실패작이 아님이 분명하다. 단지 두 개의 이미지가 병치 된 광고를 통해, 한동안 이 광고에 주의를 집중시켰으며, 해석을 시도하게 만들었고, 무엇보다도 이렇게 장황한 글을 쓰도록 동기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현대캐피탈의 오포플랜, 리스 프로그램’ 광고는 내 머릿속에 확실하게 각인되었음을 물론이다.
“기아 자동차의 쏘울은 현금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는 젊은 사람들이 주 목표가 되는 차야. 그런데 지금과 같은 어려운 경제 위기 속에서 자동차가 갖고 싶다고 해서 할부 프로그램을 통해 쏘울을 사게 되면 자칫 절제 없는 소비를 하는 젊은이로 비칠지 몰라. 현대캐피탈로서도 자동차 할부를 이용해서 차를 사라고 직접적으로 호소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좀 부담스러울 때이고. 그래서 언어가 아닌 이미지로 설득하고 있는지 몰라. ‘젊은 양반들, 쏘울과 같이 크지 않은 자동차도 우리 현대캐피탈을 이용하면 당장 현금이 없어도 살 수 있으니 주저하지 말아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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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지하철 옥외 광고, 여전히 남는 아쉬움
지하철 9호선 노량진 역 개찰구 옆에 설치된 옥외 광고. 지난번 것과 다른 점은 교체된 자동차 이미지, 새로운 삽입된 문구였다. © 2009 ibrik 어제, 지하철 9호선 노량진역 개찰구를 지나다 반가운 광고를 봤다. 바로 지난번 보았던 광고의 새로운 버전이었다. 한동안 주의 깊게 보고 다닌 광고인지라, 새롭게 바뀐 광고를 보고는 한눈에 무엇이 바뀌었는지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다. 새로 바뀐 광고는 지난번의 그것보다 한결 더 나은 해석의 도구......more
기본 아이디어는 괜찮은것 같은데, ibrik남 말씀처럼 자동차의 이미지도 그렇고 집도 좀더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갔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그리고 저 여백은... 글쎼요.. 더이상 뭔가 집어 넣으면 안될것 같기는 한데 왠지 뭔가 빠진듯 하군요.
과연 대각선 대립구조의 이미지 배열 만으로 두 이미지의 연관성을 찾기는 조금 힘들어 보이는듯 싶구요. ^^
8월 5일 자 신문을 보니 이번 광고의 주제가 ‘비움의 미학’이라고 합니다. 이 주제와 더불어 시간에 따라 점차 완성되어가는 광고 형식도 보여준다고 하니 기대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첫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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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오즈는 좋지만 아르고의 한글입력은 좀 힘드네요)
거기에는 '현란하고 빡빡한 광고에 지친 여러분을 위해 좀 비웠습니다.'라는 내용의 카피가 연작중 하나인가에 있었습니다.
첫 댓글, 감사합니다.
이런 광고/선전은 광고를 보는 사람들의 눈을 병들게 하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이런 광고가 더 감사할 수도 있겠습니다. 더 깊게 인상적일 수도 있을 거구요.
말씀하신 것처럼 잠시라도 광고 수용자가 쉼을 느낄 수 있는 광고를 기획했다는 것이 어쩌면 또 다른 차원의 사회적 배려가 아닐까 생각을 해 봅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