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rik's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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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마하는 애인을 기다리며 읽었던 신문. 기사 속 여기자들이 겪었을 기다림의 시간이 유난히도 더 깊이 다가왔다. © 2009 ibrik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을 하지만, 정작 살아가며 과정을 볼 수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것이 한 사람의 상태 변화와 관련된 것이라면 그 확률은 더더욱 낮아진다. 과정은 즐거움을 담보하지 않는다. 과정 속에는 결과를 얻기까지 이겨내야 하는 고난의 순간이 반드시 포함되기 때문이다. 과정을 겪는 사람과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결과를 얻는 순간까지 필요한 인내의 시간이다.

머리 모양을 바꾸려고 파마를 하는 경우도 그러하다. 새롭게 바뀐 머리 모양을 얻는다는 것은 분명히 기쁘고 즐거운 일이지만, 그것을 얻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다. 우주복과 흡사한 가운을 입고, 냄새 지독한 환원제를 머리카락에 잔뜩 바른 채, 플라스틱 봉과 고무줄을 잔뜩 단 것도 모자라, 타월과 비닐캡으로 머리 전체를 감싸는 것은 아름답고 편한 일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한참의 시간을 보내고, 향기로울 리가 없는 산화제로 머리카락을 닦아내는 것 역시 파마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불편한 통과의례이다. 일련의 기나긴 산화·환원 반응을 겪은 후에야 새로운 머리 모양이 나타나고, 그때야 비로소 아름다움이란 달콤한 열매가 열리게 된다.

어제, 일간지 2부와 잡지 4권에 해당하는 기다림의 시간을 보낸 후에야 애인의 새로운 머리 모양을 볼 수 있었다. 바뀌기 전과 바뀐 후의 머리 모양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그 모습이 바뀌어 가는 과정까지 볼 수 있다는 것은 연인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특권인지도 모른다.



by ibrik | 2009/08/07 01:38 | diary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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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루아 at 2009/08/07 01:41
인내심이 대단하십니다...저는 친구가 파마하면 버리고 가요.
Commented by ibrik at 2009/08/08 18:38
그 기나긴 시간을 보내야 하는 당사자의 인내심이 더 신기한 듯합니다. :)
참, '애인'이 아닌 '친구'라서 버리고 가시는 것이 아닐까요? :)
Commented by hschoi at 2009/08/07 06:41
전 제가 파마한적도 있는걸요. -.-;

그나저나 바뀐 모습은 기대되네요. =)
Commented by ibrik at 2009/08/08 18:39
아, 그 당시 사진이 어디 있을 텐데! :)
Commented by 유니스Eunice at 2009/08/07 10:39
정말 대단한 사랑이시네요~ ^^ 사랑과 인내는 함께 가는 듯 ㅎㅎㅎ 같은 교회 성도님을 웹에서 만나다니 정말 반가운데요~ ^^ 저는 청년부에 나가고 있답니다. 지난 주일에는 수양관에서 4부 예배 드리고 교회와서 6부 예배까지 드렸죠. 설교 주제가 달라서 궁금했거든요. 6부 예배에 나온 파격 동영상도^^ 어제 포스팅했으니 한번 보세요~ (혹시 나중에 알고 보면 아는 분인거 아닐까요? ㅋㅋㅋ)
Commented by ibrik at 2009/08/08 18:43
사도 바울이 고린도전서 13장을 통해 말하는 사랑의 속성 중 '오래 참음'이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을 보면, 사랑과 인내는 정말 긴밀한 관계 속에 있는 듯합니다. 유니스님의 댓글을 통해 일상의 작은 순간 속에서 사랑의 중요한 속성을 깨달아 갈 수 있다는 것이 다시 한번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지난 주일에 예배를 두 번 드리셨군요! 저도 주보를 보면서 동일한 분이지만 6부 예배에는 설교 제목이 달라 궁금했습니다. 어떤 동영상이 나왔었을까요, 포스팅한 글을 읽으러 가야겠네요. :)

첫 댓글,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스팅구리 at 2009/08/12 15:37
기다림의 미학도 있잖아요.. 맞나? ^^
Commented by ibrik at 2009/08/13 04:40
그럼요! 기다림 자체를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순간이 일상에서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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