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rik's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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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9호선 노량진 역 개찰구 옆에 설치된 옥외 광고. 지난번 것과 다른 점은 교체된 자동차 이미지, 새로 삽입된 문구였다. © 2009 ibrik


어제, 지하철 9호선 노량진역 개찰구를 지나다 반가운 광고를 봤다. 바로 지난번 보았던 광고의 새로운 버전이었다. 한동안 주의 깊게 보고 다닌 광고인지라, 새롭게 바뀐 광고를 보고는 한눈에 무엇이 바뀌었는지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다.

새로 바뀐 광고는 지난번의 그것보다 한결 더 나은 해석의 도구를 제공했다. 우선, 자동차 이미지를 ‘쏘울’에서 ‘제네시스’로 바꾸어놓아 ‘고가의 자동차 구입 - 자동차 금융 프로그램 이용’이라는 이미지의 연관 관계를 한결 더 강화시켰다. 더불어, 회사 CI와 자동차 이미지 사이의 연관 관계를 파악지 못하는 수용자가 있을 것을 대비해 “자동차 금융”이라는 문구를 삽입하여 광고 의도를 강조하였다. 이전 광고보다 암시적 요소를 약화시키고 명시적 요소를 강화시킨 것이다.

이번 광고는 지난번 것보다 한층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아쉬운 구석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아쉬움의 이유는 광고 컨텍스트의 일관성이 깨졌다는 것 때문이었다. 지하철 9호선 현대캐피탈의 옥외광고가 선택한 광고 방법은 암시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었다. 이 광고의 매력은 기업 CI와 자동차 이미지만을 이용, 두 요소 사이에서 벌어지는 역동적인 연관 관계를 통해 수용자가 직접 해석에 참여하여 광고 자체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런 면에서 ‘현대캐피탈-쏘울’의 연관보다는 ‘현대캐피탈-제네시스’의 연관이 좀 더 명확한 가치결합을 수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었고, 이 덕분에 수용자는 좀 더 빠른 속도로 광고 해석이 가능해졌다. 이 점은 분명히 개선(改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자동차 금융”이라는 문구에서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 문구 하나 때문에 광고 전체를 아우른 암시성이 조각나기 시작한 것이다. 암시성이 지배적인 광고 속에 지나치게 명시적인 문구를 생뚱맞게 넣음으로써 암시성이라는 일관성을 깨트려버린 것이다. 이 경우, 무엇인가 더 구체적으로 힌트가 되는 문구를 넣고 싶었다면, 좀 더 간접적인 문구를 선택하는 것이 광고의 컨텍스트 유지에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지하철 9호선에 설치된 현대캐피탈 광고를 일종의 캠페인 광고로 만들면 어떨까? 광고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문구를 사용하여 암시성의 컨텍스트를 유지하고, 동시에 해당사의 금융상품에 관한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We can help you”. --- 이런 분위기의 문구라면 괜찮지 않을까?

기존 광고에 "We can help you."라는 문구를 삽입하여 편집한 이미지. 캠페인 광고와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2009 ibrik

 

“좋은 광고는 결코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좋은 광고란 우리의 레이더망을 피해 날아와 작은 폭탄을 떨어뜨리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제임스 트위챌(James B. Twitchell)의 말이다.



by ibrik | 2009/08/11 01:44 | diary | 트랙백(1) | 덧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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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ibrik's 일기 at 2009/08/11 02:00

제목 : 지하철 옥외 광고가 내 준 숙제를 풀다.
지하철 9호선 노량진 역 개찰구 옆에 설치된 옥외 광고. 한동안 이 광고는 숙제와도 같았다. © 2009 ibrik광고에서 메시지를 드러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있다. 명시적인 방법과 암시적인 방법이다. 보통 명시적인 방법은 언어를 통해 직접적으로, 암시적인 방법은 이미지를 통해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물론 필요에 따라 언어와 이미지를 적절한 비율로 섞어서 사용할 수도 있다.말하지 않고 보이는 것만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광고의 경우, ......more

Commented by 오.. at 2009/08/11 21:00
'자동차 금융'의 힌트가 오히려 더 알아보기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We can help you를 보고 탁 쳤습니다.

직접적으로 알리기보단 우리가 당신을 돕겠다와 같은 은유적인 메시지가 더 고단수군요.
Commented by ibrik at 2009/08/12 01:03
때에 따라서는 간접적인 메시지가 명확한 논증보다 수용자에게 더 큰 정서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위력이 있기 때문일듯합니다.
첫 댓글,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Silver at 2009/08/11 21:37
오호.. 저런 방법이 있었군요!
Commented by ibrik at 2009/08/12 01:06
스티븐 리콕(Stephen Leacock) 같은 작가는 광고를 ‘돈을 뜯어내는 데에 필요한 시간 동안만 인간의 지성을 붙잡아두는 과학’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어쩌면 광고를 만드는 분들이 가장 어려운 과학을 하고 계신 분들이 아닐까 가끔 생각을 해 보곤 합니다.
첫 댓글,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ㅇㅇ at 2009/08/11 21:40
포스팅과 별개로 든 생각인데 9호선 보면 안에서 MTV?하고 광고하고 섞어서 틀어주고 있는데 진짜 보기가 싫더라구요... 광고에도 가수에도 집중을 못한다고 해야하나...

어떻게 생각하세요?
Commented by ibrik at 2009/08/12 01:11
주의집중 시간의 균형적 분배가 이뤄지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이자 불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쓰신 내용과 같은 불편을 느끼고 있습니다. 뮤직비디오와 광고 중 한쪽을 택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역간 시간 간격을 치밀하게 계산해서 두 영상물이 수용자에게 적절하게 보이도록 노출 시간 분배를 최적화할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첫 댓글,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S3 at 2009/08/11 21:48
Antivir에 님 블로그(정확히 이 페이지)에 악성코드 있다고 나오는데요 --;
Commented by ibrik at 2009/08/12 00:04
블로그에 올린 글이나 스킨 속에 존재할 악성코드가 없을 텐데 혹시 몰라 말씀하신 Avira AntiVir를 내려받아 최신 버전(2009년 8월 11일 자)으로 업데이트한 후, 제 블로그에 접속해 보았습니다만 아무런 이상이 없습니다. 반복해서 말씀하신 경고 메시지가 나온다면, 어떤 악성 코드인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알려주신 악성 코드를 가지고 이글루스에 직접 문의를 해 봐야 할 듯합니다.
첫 댓글,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긁적 at 2009/08/11 23:56
헐. We can help you. 쩌는군요.
현대캐피탈에서 공짜로 베껴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
Commented by ibrik at 2009/08/12 01:18
언제나 삶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존재하는 모든 광고의 핵심 코드라고 생각합니다. 그 ‘가능성’을 더 높여주는 ‘조력자’로서의 이미지가 ‘We can help you.’라는 문장으로 나타날 수 있을 듯해서 이 문구를 삽입해 보았습니다.
좋은 말씀과 첫 댓글,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비맞는고양이 at 2009/08/12 05:33
헉!!!!!! 글 제대로 안읽고 밑에거가 훨 낫구만 왜 위에껄로 바꾼거야? 라고 생각하다가 제대로 읽어보니 주인장님이 만드신거였군요!!!!!!!!!!!!!!!! 진짜 너무 맘에 듭니다....bbbbbbb 정말 좋은듯...!
Commented by ibrik at 2009/08/13 04:32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모두 비슷한 분위기의 흑백사진을 사용하다 보니 명확하게 구분 짓는 표식을 해 주지 않을 경우, 글의 내용을 빠르게 파악할 때 말씀하신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형식을 고수하는 것도 좋지만, 적당한 변형도 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첫 댓글,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미야 at 2009/08/12 11:39
노량진에 살고 있는데, 저것과 다른 버전의 광고를 어제 보았네요.
Commented by ibrik at 2009/08/13 04:34
새 버전 광고가 설치되었나 보군요! :) 저도 참 보고 싶은데, 애석하게 이제 약 한 달간은 지하철 9호선 노량진 역 광고를 볼 수 없답니다. 혹시라도 나중에 관련 사진이나 글을 통해 볼 수 있게 된다면 주의해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댓글,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스팅구리 at 2009/08/12 15:34
광고 크리에이터 같으셔요..^^ 현대 카드 게시판에 올리시면..바로 적용될수도..^^
Commented by ibrik at 2009/08/13 04:38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직접 광고를 기획, 제작하시는 분들은 어쩌면 이런 생각들을 뛰어넘어 한 단계 더 허를 찌르는 광고를 이미 가지고 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용자가 이런 방식의 해석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광고 기획 의도일 수도 있다는 오싹한 생각이 순간 스쳐갑니다. :)
Commented by Gomting at 2009/10/23 12:05
멋진 인사이트 잘 봤습니다. ^^
제 소견을 드려보면...아무래도 한국사람이다보니 스쳐지나가며 보게되는 옥외 빌보드의 경우 영어카피의 가독성이 떨어질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요. 생각하고 계신 의미를 잘 전달할 수 있는 한글 카피나 심볼릭한 이미지로 대체하면 금상첨화이지 않을까 합니다.
Commented by ibrik at 2009/11/01 01:46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Gomting님 의견처럼 영어 문구보다는 한글이나 쉬운 기호로 표현하는 것이 가독성 측면에서는 정말 더 유리할 듯싶습니다. 덕분에 한 수 배웠습니다. :)
첫 댓글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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