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rik's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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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01일
손 씻기의 달인

서울의 한 카페 화장실에서 있던 손 씻는 방법에 대한 안내문. 그대로 해 보니 족히 일 분은 걸렸다. © 2009 ibrik


범국가적, 아니 범세계적 손 씻기 운동은 서울 모처의 카페 화장실에도 어김없이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세면대 한쪽에 부착된 <손 씻는 법>은 무려 아홉 단계에 걸쳐 그림과 함께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었는데, 안내문을 제작해서 부착한 이의 성의에 경의를 표하는 마음 때문에 그대로 따라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바로 옆에 부착된 <전염방지법>은 아홉 단계의 <손 씻는 법>의 가치를 한껏 더 높이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1. 반지나 팔찌 등의 장신구를 빼고 따뜻한 물에 손을 적십니다.
2. 비누를 손에 묻힙니다.
3. 손을 서로 비벼댑니다.
4. 손과 손가락 사이를 문질러 줍니다.
5. 손등과 손가락 마디 사이를 깨끗히 닦아줍니다.
6. 엄지손가락과 인지사이를 포개어 깨끗히 비벼줍니다.
7. 손바닥에 손톱끝을 세워 손톱을 문질러 닦아줍니다.
8. 흐르는 물에 깨끗히 헹구어 냅니다.
9. 일회용 화장지에 손을 닦고 다쓴 화장지로 수도꼭지를 잠급니다.

아홉 단계에 걸쳐 손 씻기를 성실히 따라 하다 보면 스스로 손 씻기에 이토록 성실하게 임한 적이 있었나 감탄을 하게 되는데, 안타깝게도 유대인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감탄은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는 것을 이내 깨닫게 된다. 식사 전, 유대인들이 손을 씻는 규칙을 살펴보면, 이들이야말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손 씻기의 숨은 고수라는 것을 금방 인정할 수밖에 없다.


유대인들의 율법(Halakha)에 규정된 식사 전 손 씻기 방법 일부만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손 씻는 물을 담는 그릇에 대하여
- 본래부터 바닥에 세워질 수 있는 그릇에만 물을 담을 수 있다.
- 깨진 부분이나 구멍이 있지 않아야 한다.
- 용기 상단 부분은 돌출된 부분이나 파인 부분이 없어야 한다.
 

2. 손 씻는 물에 대하여
- 소금물, 더럽고 냄새 나는 물, 쓰거나 탁한 물, 그리고 개가 마시기에 적합하지 않은 물은 식사 전 손 씻기 물로 쓰일 수 없다.
- 저절로 흘러나오는 물이 아닌, 손의 힘으로 붓는 물만 사용한다. 마개가 있는 물그릇을 사용할 경우, 마개를 열고 가장 처음 나오는 물만 손의 힘으로 붓는 물로 인정한다. 그러므로 만일 마개가 있는 물그릇을 사용할 경우, 처음 나오는 물에 손 전체가 적셔지도록 한다. 같은 물그릇의 물로 계속 손을 씻기 원한다면, 다시 마개로 구멍을 막았다가 열어 첫 번째 쏟아지는 물로 손을 씻도록 한다. 만일 마개를 열어 첫 번째로 쏟아지는 물의 양이 충분치 않아 손 전체를 적실 수 없다면, 이 물그릇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3. 손 씻는 방법에 대하여 
- 손을 씻기 전, 손을 덮은 것이 있는지 확인한다. 이는 손과 물 사이에 장애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손톱이 자랐을 경우, 손톱에 낀 때와 흙먼지를 제거해야 한다. 물론 손가락의 반지도 손 씻기 전 반드시 빼도록 한다.
- 손에 염료로 물들어 있지만, 염료 찌꺼기가 없다면 이는 손과 물 사이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간주하지 않는다. 하지만, 염료 찌꺼기가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방해물로 간주한다. 만일 손에 멍이 들었거나 깁스를 했을 경우, 이를 제거하는데 고통이 따른다면 이를 방해물로 간주하지는 않는다. 
- 손에 물을 충분히 붓도록 한다. 물로 손톱을 포함하여 손목까지 손 전체를 적시도록 한다. 물론 씻기지 않는 부분이 없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손가락을 살짝 벌린 상태에서 약간 위로 향하게 하여 물을 붓도록 한다. 
- 손 전체가 한 번에 쏟아지는 물에 적셔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입구가 좁아 물이 충분히 쏟아지지 않는 물그릇은 피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각각의 손에 물을 두 번 붓는 것이다. 손은 오른손에서 왼손의 순서로 씻는다. 
- 두 손을 모두 씻고 나서는 양손을 비빈 후, 물기를 말리기 전에 다음과 같은 축복기도문을 낭독한다. ‘우리 주 하나님, 온 우주의 왕이시여, 당신을 찬미합니다. 주님은 주의 계명으로 우리를 거룩하게 하셨고 우리에게 손을 씻으라 명하였습니다.’
- 만일 한쪽 손에 물을 붓고 나서, 다른 쪽 손이나 다른 사람의 손에 닿았다면 씻은 손은 오염된 것이다. 따라서 완전히 말리고 나서 다시 씻도록 한다. 다만, 축복기도문을 낭송하고 나서 접촉이 일어났다면, 다시 씻는 과정에서 축복기도문 낭송을 반복할 필요는 없다.
- 식사 도중 옷으로 가려진 신체 일부를 만지거나 이마를 긁거나 혹은 소변을 본다면 반드시 손을 다시 씻도록 한다. 이때에는 축복기도문 낭송은 생략한다.

여기에 소개한 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은 알고 싶은 사람은 여기를 참조하면 된다. 다만, 읽으면서 다소 숨이 막힐 수도 있다.) 매 식사 때마다 이러한 손 씻기를 수천 년 동안 고수해 온 유대인이야말로 정말 손 씻기의 고수요 달인이 아닐까.





신종 플루 예방에 왜 손 씻기가 중요한지는 여러 설명보다 아래의 동영상 하나면 충분할 듯싶다. 바로 영국 보건당국이 대중매체를 통해 벌이는 ‘Catch It, Bin It, Kill It’ 캠페인 광고 동영상이다.





by ibrik | 2009/11/01 01:16 | diary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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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전창묵 at 2009/11/01 23:03
마지막에 손목을 닦으라는 말은 없네요. 저 안내문의 방법은 제가 알고 있는 방법과 무척 유사한데, 마지막에 한 손으로 다른쪽 손목을 잡고 잘 문질러 닦는 절차가 추가로 있습니다. 양쪽 번갈아서요.
Commented by ibrik at 2009/11/03 23:28
손목을 닦아주는 것도 참 좋을 듯합니다.
창묵님 댓글을 보고 혹시나 해서 WHO 문서 검색을 해 봤는데, WHO에서 배포하는 포스터에도 아쉽게 손목 씻기가 빠져 있네요.
(http://www.who.int/gpsc/5may/How_To_HandWash_Poster.pdf)
오히려, 유대인들의 율법 속에 손목까지 닦으라는 부분이 있는데, 역시 유대인들이 한 수 위였던 것입니다! :)
Commented by 스팅구리 at 2009/11/02 09:37
신종플루때문에 저도 가장 많이 손을 닦는 한해가 아닌가 싶습니다. 손씻기 예방으로 건강 유의해야겠습니다.
Commented by ibrik at 2009/11/03 23:31
정말 손 씻기를 가장 많이 하는 해가 될 듯합니다. 오늘 뉴스를 보니 신종플루 확산에 대해 더 안 좋은 소식이 있던데, 정말 돈 들지 않는 예방책인 손 씻기부터 신경을 써야 할 듯합니다.
Commented by JK at 2009/11/02 14:28
안내문 보자마자 답답해지는데, 저러면 안전하다면.. 그렇게 할수밖에 없겠지
Commented by ibrik at 2009/11/03 23:32
평생 집요하게 손을 씻어야 하는 유대인들에 비하면 행복한 수준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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