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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17일
측정의 유혹

자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을 대상의 길이뿐이다. 그 길이가 대상의 모든 것을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 2009 ibrik


인류의 원죄는 ‘비교 행위’로부터 시작되었다. 비교 행위를 통해 자신과 신과의 차이를 알게 된 인간은 선악과를 따 먹음으로써 그 차이를 극복해보려는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구약 성서에 기록된 인류의 첫 살인 역시 ‘비교 행위’에서 비롯되었다는 것도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동생 아벨(Abel)과 자신을 비교했던 가인(Cain)은 그 분함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동생을 들판에서 쳐서 죽이게 된다.

어떤 대상을 측정하는 행위 속에는 교묘한 의도가 하나 숨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그 대상을 다른 대상과 양적으로 분명하게 ‘비교’해 보겠다는 욕구이다. 일정한 기준으로 측정한 값은 막연하고 애매한 비교를 좀 더 단호하고 편리한 비교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조심해야 할 상황은 이 측정 행위가 사람에게 적용될 때이다. 한 사람의 특정한 속성을 양적으로 측정한 값은 그 사람의 고유한 속성을 나타내주기도 하지만, 너무나도 빠르고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과 그 값을 비교하는 행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첫 인류가 그러했듯이 이러한 비교는 좋지 않은 결말을 가져올 확률이 높다. 가인처럼 아벨을 죽이는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자신이나 상대의 마음에 생채기를 낼 수 있을 소지가 아주 크다.

한 사람의 존재 가치가 단 하나의 물리적 속성으로 좌우된다면 이처럼 비극적인 일은 없을 것이다. 한 사람의 물리적 속성은 그 사람을 설명할 수 있는 일부분일 뿐이다. 그것으로 한 사람의 존재 가치를 평가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어리석은 일이다. 신의 형상(Imago Dei)대로 지음 받은 인간에게는 너무나도 다양하고 아름다운 속성들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by ibrik | 2009/11/17 09:17 | diary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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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uha at 2009/11/18 11:35
저번주 초에 처음 그 얘기가 나왔을 때만 해도 이렇게 큰 화두일거라고 생각 못했는데 말이죠.
하지만 ibrik님은 살짝 여유있어 보이십니다 ^^;
Commented by ibrik at 2009/11/19 01:23
저도 잘 몰랐는데, 며칠 지난 다음 다른 사람들의 말을 통해서 이런 주제로 화제가 되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모든 걸 계량화해서 가치를 매기려는 것이 사람에게까지 적용된다는 것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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