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초, 방대한 고전 출판기획이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미 한 분야의 전문서적들을 1,500 권 정도 출판한 경험이 있는 한 출판사 대표가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전 세계 27개 언어권의 고전들 3,600권을 펴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던 것이다. 더구나, 그 고전 목록에는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없었던 아프리카, 러시아, 동유럽 그리고 이슬람 지역의 고전들도 포함되어 있었기에 더더욱 화제가 되었었다. 중역이 아닌, 원전 번역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한 점이었다.
이 출판기획에는 한 가지 예민한 문제가 있는데, 기획 중인 고전들 대부분을 완역이 아닌 발췌 번역으로 펴낸다는 점이다. 해당 분야 전공자들이 번역하는 것이지만, 원저자가 아닌 번역자가 원전을 발췌해서 소개하는 과정에서는 번역자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 경우 자칫하면 원전이 갖는 온전함을 훼손하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아주 커진다. 물론 한 번도 펼쳐보지 않을 고전들을 짧은 분량으로 소개함으로써 고전과 독자와의 거리감을 좁힌다는 점, 우리나라에는 그동안 번역되지 않았던 언어권의 고전들이 소개된다는 점 등은 이 출판기획의 순기능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초부터 서서히 번역된 책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을 보고서도 나는 쉽게 책을 살 수 없었다. 4X6판, 평균 160쪽 분량의 작은 책, 그것도 완역이 아닌 발췌 번역이 된 책을 1만 2천 원이나 하는 돈을 내고 사기에는 비록 양장본이긴 하더라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생소한 언어권의 고전이나 아직 우리나라에 단 한 번도 소개가 되지 않았던 고전들을 볼 때마다 심한 유혹에 시달렸지만, 이 가격이면 온전한 다른 책을 한 권 더 사는 게 나을 것 같단 생각에 늘 손에서 책을 내려놓곤 했었다.
그런데 어제, 그동안 망설였던 이 책들을 일곱 권이나 사 버리는 여유를 부렸다. 우연히 들른 모 대형서점에서 무려 90%나 할인된 가격인 1천 2백 원에 이 책들을 팔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행사 안내문을 본 순간 눈이 휘둥그레져서 근처에 있던 직원에게 정말 90%가 맞느냐고 묻고는 열심히 그동안 목록으로만 봐 두었던 책들을 신나게 집어 들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 자주 가는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서 확인을 해 보니, 여전히 정상 가격인 1만 2천 원에 판매하는 것을 확인하곤 묘한 웃음이 지어졌다. 더구나 어제 구입한 책들은 초판 1쇄 양장본 한정판이기에 더더욱 횡재를 한 기분이었다. (초판 1쇄 300부 이후의 책들은 양장본이 아닌 페이퍼백으로 나온다.)
목록을 꼼꼼히 확인해 보고 다시 한번 들러 필요한 책들을 사와야 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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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어제 다시 가서 11권을 더 사왔습니다. 시간이 되면 한 번 들러보세요. :)
책만 읽어서는 안 되고, 그게 삶으로 녹아나야 하는데 아직 한참 먼 듯합니다.
도덕의 계보학 가지고 싶습니다...
니체를 좋아하시나 봅니다. :)
기회가 되면 조금씩 산 책 리뷰를 올려보겠습니다.
읽은 책들을 조금씩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광화문 교보라면 내일 들를 생각인데 ^^;
가 보고 괜찮은 것 있으면 몇 권 골라와야 겠습니다 ㅎㅎ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저렴한 가격인데, 이러다가 제가 읽지도 않을 책을 더 사올까 봐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하답니다.
혹시 더 구입하시고 싶을까봐 알려드립니다.
여담이지만, 이 ‘지만지고전천줄’의 초판 1쇄의 경우, 교보문고에서 전량 매입을 했다고 합니다. 지금 분위기를 보니 이제 그것을 모두 처분하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