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mL 쪽 스푼은 아침에 사용한다. 오전 시간은 하루 중 가장 집중이 잘 되는 시간이기에 옅은 농도의 커피를 마셔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15mL 쪽 스푼은 한밤중에 사용한다. 분주한 하루를 보내며 다소 산만해진 머리를 진한 농도의 커피가 차분한 머리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5mL와 15mL 스푼이 함께 붙어 있는 이 계량스푼은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버렸다. 아침에는 5mL 쪽 스푼이 꼭 필요하고, 밤에는 15mL 쪽 스푼이 꼭 필요하다. 물론 15mL 스푼만을 가지고 어림짐작하여 5mL를 맞출 수는 있으나, 어림짐작하는 것과 확신을 하는 것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 역으로 5mL 쪽 스푼을 세 번 사용하여 15mL를 맞출 수 있으나, 경제성은 뒤로하고라도 15mL 만큼의 커피 분말을 한 번에 탁 털어 넣었을 때 얻는 쾌감을 선사해 줄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진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저마다 고유하면서도 절실한 가치가 그 안에 스며 있다. 작은 계량스푼도 그럴진대 하물며 사람은 오죽할까.
“Yet you have made him a little lower than the heavenly beings
and crowned him with glory and honor.” (Psalms 8:5, ESV)
"But grace was given to each one of us according to the measure of Christ's gift." (Ephesians 4:7, ES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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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커피 매니아의 의견으로는, 갈지 않은 원두를 갖고 있다가 커피를 내리기 직전에 갈아서 마셔야 원래 커피가 가진 맛의 90% 정도라도 음미할 수 있다고 하던데, 저 스푼을 쓰지 않고 깨끗하게 씻은 손가락으로 직접 원두를 알알이 세어 즉석에서 갈아 마시는 재미는 또 어떨까 하는 궁금증도 생깁니다.
저희 회사 뒤편에는 한 여대가 있고, 그 여대 정문 근처에 제법 괜찮은 커피 전문점이 있습니다. 종종 그곳에서 커피를 사다 마시는데요. 그 커피점 벽에는 커피를 좋아했던 유명인들에 관해 짧은 글들이 적힌 패널이 붙어 있습니다. 그 중에는 Beethoven에 대한 이야기도 있는데, 그는 매일 40알인가 80알의 원두로 커피를 만들어 마셨다는 내용입니다. 주인장님의 계량 스푼을 보니, 원두를 하나 하나 세어 커피를 내려 마셨을 위대한 음악가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상상됩니다.
참, 기회가 된다면 회사 뒤편에 있다는 그 괜찮은 커피전문점도 언제 한 번 가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