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rik's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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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때쯤이면 책꽂이에서 뽑아 읽게 되는 『노란손수건』. 빛바랜 종이에서는 초콜릿 냄새가 난다. © 2009 ibrik


언제부터인가 해마다 12월에 접어들면 치르는 의식이 있다. 의식은 19년 전에 샀던 『노란손수건』을 책장에서 꺼내는 것에서 시작된다. 누렇게 색 바랜 종이 냄새를 잠시 음미한 다음, 165쪽을 펼쳐 ‘메시아의 <기적>’을 읽는다. 헨델이 <메시아>를 작곡하고 눈을 감을 때까지의 과정을 짤막하게 극적으로 그린 이 이야기는 매번 읽어도 지루하지 않다.

이야기 읽기를 마쳤으면 이제 <메시아>를 들을 차례다. 즐거움은 음반을 고를 때부터 시작된다. 먼저 시대 연주(period performance)를 들을지, 현대 연주를 들을지 선택한다. 그다음, 각 연주에 따라 누구의 음반을 들을지 고른다. 이러한 고민과 선택은 그 자체로 <메시아> 듣기가 주는 행복이다.

올해는 윌리엄 크리스티(William Christie)의 음반부터 시작했다. 따뜻하고 낭만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뭉뚱그려지지 않은, 섬세함과 정교함이 담겨 있는 <메시아>를 가장 먼저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 함께 읽을 만한 책: 오천석 엮음,『노란손수건 』, 샘터사, 1975.

by ibrik | 2009/12/01 19:56 | diary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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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박성용 at 2009/12/01 22:31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지는군요 :-)
Commented by ibrik at 2009/12/04 14:48
과거의 화려했던 나날들을 뒤로하고 절망하며 삶을 보내고 있던 헨델이 <메시아>를 작곡하게 되는 과정, 초연하는 날의 감격 그리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의 장면이 여덟 페이지에 걸쳐서 그려져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에 약간의 각색이 덧붙여진 이야기인데, <메시아>를 감상하기 전 한 번 읽고 듣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짧은 이야기니 시간이 나실 때 한번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
Commented by 나스타 at 2009/12/02 08:31
저도, 특정 시기마다 읽고 또 읽는 책이 있어요.
책이라는 게, 읽을 때마다 다른 걸 보게되긴 하지만
특히나 좋아하는 책에서는 생각지 못한 빚을
지게 되는 경우가 있는 거 같아요.
Commented by ibrik at 2009/12/04 14:50
책은 참 신기한 것 같습니다. 어떤 책은 한 번 읽으면 두 번 다시 볼 일이 없는 것이 있지만 어떤 책은 몇 번이고 읽어도 늘 새로운 느낌과 교훈을 주곤 합니다. 제게 있어서 이것이 가장 극대화된 책이 바로 ‘성서’인 듯합니다. :)
Commented by 스팅구리 at 2009/12/02 17:01
19년 전 책을 가지고 계신다니..존경스럽습니다. 그리고 그 챕터를 한번 더 읽으시다니..
해묵은 책의 종이 냄새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곤 하지요. 저도 묵었던 책을 책장에서 살펴봐야겠습니다.. :)
Commented by ibrik at 2009/12/04 14:52
지금은 그래도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한 번 사들인 책을 쉽게 처분하지 못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도 오랜 시간 동안 제 방 책꽂이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좋은 말씀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론 새 책이 주는 냄새도 참 좋아하지만, 오래된 책에서 나는 은은한 향도 굉장히 즐기는 편입니다. 비교적 오래되고 큰 도서관에 가면 이 냄새를 제대로 즐길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
Commented by 나막신 at 2009/12/03 22:06
저는 옛날 책을 사는 것을 좋아하는데...얼마 전 85년도 책을 구입했다가 책에서 튀어 놀고 있는 한마리의 벼룩?을 태어나서 처음 목격하는 사건이 있었답니다...아이브릭스님은 초콜릿향기가 난다고 하셨는데...벌레얘기해서 지송.ㅋㅋ
Commented by ibrik at 2009/12/04 15:02
지금은 많이 사라져서 아쉽지만, 예전에 헌책방이 동네마다 있을 땐 즐겨 이용했던 추억이 있습니다. 나막신님이 남기신 댓글을 보니 문득 헌책방을 한 번 찾아가 봐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헌 책에서 튀어나왔다는 벼룩의 이야기를 들으니, 일전에 재밌게 읽었던 윌리엄 블레이즈의 『책의 적』이 생각납니다. 책을 망가뜨리는 다양한 요소들에 대해서 짤막하게 쓴 책인데, 책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번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
Commented by Claire at 2009/12/03 23:15
책과 음악은 역시.. 뗄레야 뗄 수 없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정기적이진 않더라도 가끔씩 꼭 찾아 읽게 되는 책이나 음악이 있더군요 ^^
Commented by ibrik at 2009/12/04 15:04
아마도 책을 읽으며 그리고 음악을 들으며 우리의 모든 감각이 총동원되기 때문에 그만큼 머리뿐만 아니라 마음 깊이 흔적을 남기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각자가 여러 번 반복해서 듣는 음악이나 보는 책을 소개하는 것도 유익할 듯합니다. :)
Commented by 박성용 at 2010/01/17 14:41
Commented by ibrik at 2010/01/21 00:04
네, 맞습니다. 책표지가 굉장히 세련되게 바뀌었네요. :) 이야기가 짤막한 편이니 시간 나실 때 읽어보시면 참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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