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rik's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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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이 넘어 다시 읽고 싶던 ‘그 책’은 하필이면 꺼내기 어려운 위치에 있었다. © 2009 ibrik


갑자기 ‘그 책’이 다시 읽고 싶었다. 대략 20여 분 동안 두 겹으로 꽂혀 있는 책들을 책꽂이에서 하나씩 빼어가며 ‘그 책’을 찾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그 책’은 책상 한쪽에 쌓아둔 책 탑(塔)의 하단부에 박혀 있었다. 그것도 세 열로 이루어진 책 탑의 가운데 열이었으니 찾던 책을 발견했다는 기쁨도 잠시, 찾던 책 앞에서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어깨까지 올라온 책들을 몇 권씩 들어내어 다른 편에 차곡차곡 쌓은 다음, ‘그 책’을 빼내고 다시 원래대로 책을 쌓는다. --- 이렇게 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자정이 넘은 시간에 하기에는 너무나도 귀찮은 방법이었다. ‘그 책’이 놓인 위치에 손가락을 잘 비집어 넣은 다음, ‘그 책’만을 재빠르게 빼내는 것이 가장 간단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조심스레 손가락을 비집어 넣고 나서 살짝 책을 움직인 순간 휘청거리는 책 탑 상단부를 보고는 이내 마음을 접었다.

책 탑에서 살짝 뒤로 물러나 가만히 응시하며 뭔가 묘안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마침내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고, ‘그 책’을 무사히 꺼내서 읽을 수 있었다. 묘안은 비교적 간단했다. 마음속으로 내가 처음 다시 읽고 싶었던 ‘그 책’은 『텔레만을 듣는 새벽에』가 아니라 『원수들, 사랑 이야기』라고 거듭 되뇐 다음, 비교적 책 탑의 위쪽에 놓인 『원수들, 사랑 이야기』를 가볍게 꺼내면 되는 것이었다.




by ibrik | 2009/12/23 01:38 | diary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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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fein at 2009/12/23 07:17
책, 무지 많이 읽으시네요..
Commented by ibrik at 2009/12/24 01:05
사진 속의 책만 보고 '무지 많이'라고 하기에는 좀 어려울 듯합니다. :)
Commented by ohio at 2009/12/24 09:36
혹시 책 카테고라이징하는 특별한 방법은 없으세요?
몇권 안되는 책들이지만 이사가면 정리해볼까 계획하고 있는데
ibrik님이라면 진작에 어떤 묘안이 있지 않았을까 해서.. 여쭙고 갑니당.
Commented by ibrik at 2009/12/27 22:15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읽는 책들은 관심 분야 내의 주제를 정해서 적당히 모아 꽂아두고 있습니다. 이외의 책들은 ‘책을 산 순서’에 따라 책꽂이에 정리해 놓고 있습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책을 산 순서’는 ‘책을 읽은 순서’와 일치하는 경우가 많은지라, 나중에 특정한 책이 어디에 꽂혀 있는지 빨리 찾기에는 이 방법이 제게 가장 맞는 듯합니다.

뭔가 뾰족하고 참신한 방법을 알려 드리면 참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
Commented by CelloFan at 2009/12/26 23:59
ibrik님이랑 저랑 가진 책들이 많이 겹치는 것 같아 놀랬고, 제가 읽고 싶었으나 아직 못 읽은 책들이 보여서 기뻤고, 저의 부족한 스스로를 돌아보니 부끄럽고 그렇습니다! 평안하고 나눔이 많은 연말 되시길~!
Commented by ibrik at 2009/12/27 22:19
책들이 많이 겹친다는 부분을 읽으니 너무나도 신기하면서도 반갑게 느껴집니다. 읽고 싶은 책들도 겹친다고 하시니 어떤 책들일까 궁금해집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신다면,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참 좋을 듯합니다.

CelloFan님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올 한해, 따뜻하게 마무리할 수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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