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것’의 대용품을 찾아낸 것은 대략 8년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날은 다음 날 있을 회의 때문에 학교에서 밤을 새우고 있었는데, 문득 학교에는 당연히 있을 리 없는 ‘그것’이 필요한 상황이 되어버렸고, 애써 외면하며 참으려고 노력하던 끝에 결국 책상 서랍들을 열어가며 ‘그것’의 대용품으로 쓸만한 것이 없는지 열심히 찾기 시작했다.
‘그것’의 대용품으로 가장 좋은 자격을 갖춘 도구가 발견된 곳은 필기구를 모아두던 넓고 얇은 서랍의 가장 안쪽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볼펜이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이 볼펜은 극대화된 경제성이 저절로 느껴지는 디자인과 재질을 갖추고 있었는데, 종이에 쓰이는 느낌이 그리 만족스럽지 않아 책상 서랍 구석 어딘가에 버려두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존재감 없이 서랍 구석에 처박혀 있던 이 볼펜, 정확히 말하자면 이 볼펜의 ‘뚜껑’은 ‘그것’의 훌륭한 대용품으로 빛을 발했고, 이 날 이후 이 볼펜은 ‘그것’의 훌륭한 대용품이 되어준다는 이유만으로 책상 서랍의 가장 앞쪽에 놓이는 영광을 차지하게 되었다.
8년이 지난 지금, 이 볼펜은 오히려 ‘그것’의 위치를 대치해 버렸다. 이제는 ‘그것’이 쓸 일이 있을 때 당연히 ‘그것’ 대신 이 볼펜, 다시 한번 정확히 말하자면 이 볼펜의 ‘뚜껑’을 찾게 되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구글(Google)에서 이 볼펜의 이름과 ‘그것’을 함께 검색어로 묶어 찾아봤는데, ‘그것’의 대용품으로 이 볼펜을 이용한 사례는 한 건도 발견할 수 없었다.
제품의 용도는 설계자의 의도에 상관없이 사용자에 의해서도 충분히 결정될 수 있다. 이 볼펜이 바로 증거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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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펜 뚜껑이 검은색인지라, 귀이개로 사용하고 나면 더더욱 선명한 결과물(?)을 볼 수 있는 점이 묘한 끌림을 더해주는 듯합니다. ^^;
그런데 다른 건 생각이 안나네요.. ㅎㅎㅎ
귀이개 한표~
간혹 등이 가려울 때, 볼펜을 효자손 대용으로 사용하는 때도 있답니다.
말씀하신 것을 남겨두도록 하겠습니다.